욕 잔뜩 먹는 혜민스님
인터넷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다. 충격이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혜민 스님이 일명 "무한 FULL 라이프를 한국에서 즐기고 있다"는 기사였다.
스님 = 무소유'라는 일반적인 통념이 깨지는 순간 이었다. (물론, 불교계 큰스님들도 풀소유 라이프를 유지 하고 있으리라 보지만) 외국인 현각 스님은 살벌하고 날카롭게 맹렬 비판했고, 댓글에는 현각 스님의 생각을 지지하는 글들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나는 캐나다에 살기 때문에, 한국 TV를 보지 못하고, 기껏해야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한정된 프로그램만 보는 게 전부다.
외롭고, 힘든 이민 생활을 지탱해 주는 나의 정신적 지주로, 너무나 존경하는 즉문즉설의 법륜스님과, 무소유의 법정스님, 그리고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스님이 있다.
내가 아는 혜민스님은 이 책이 전부다. 유튜브로 강의를 좀 봤는데, 내 스타일의 강의가 아니라 보다 말았다. 왠지 나와 맞지 않는 느낌. 그러나 이 책은 내가 지칠 때마다 위로가 되어 주는 고마운 친구다.
혜민스님의 이 책은 토론토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너무 좋은 글들이 가득이라, 한국 갈 때 직접 사 왔다.
그리고 법정 스님의 무소유 이 책은 나의 보물로써, 대학교 1학년 때인 1994년에 2천 원을 주고, 서울 종로 교보문고에서 구입한 얇고 작은 책으로, 비행기를 탈 때마다, 나와 늘 동행하는 친구 같은 책이다. 지금은 법정 스님의 유언으로 절판되어, 사고 싶어도 더 이상 살 수 없는 책이라, 읽고, 나면 이 책은 책장에 끼어 두지 않고 작은 상자에 따로 보관하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기사를 읽어 보니, 혜민 스님은 tvN 온 앤 오프에서, 고급스러운 스님 생활을 공개했다고 한다. 절이 아닌 남산이 보이는 고급 주택에 살고, 앱 개발을 위해 스타트업 기업에 출근하고, 고가의 전자기기를 사용하고, 건물주에 차는 외제차인 페라리 스포츠카를 몰고 다닌다는 기사.
기사를 읽고, 정말 충격을 받았다. 학식이 풍부하고 한때 영화감독을 꿈꿨던 젊은 스님, 트위터로 중생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것을 시작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스님. 그래서 더욱 젊은이들에게 공감을 샀던 스님.
이런 좋은 이미지의 스님이 그런 "FULL 소유" 라이프를 살았던 게 사실이라면, 그를 지지해준 젊은이들은 허탈감에 빠질 것이 자명하다.
혜민스님이 이렇게 까지 비난을 받는것은, 무소유를 강조해 왔던, 본인의 "언행 불일치"로 대중이 배신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혜민스님, 법륜스님, 법정스님의 책을 성경보다 더 많이 읽는다.
특히 혜민스님의 짧은 어록은 이렇게 책에 밑줄을 치고, 날짜를 적고, 내 생각을 옆에 적으며, 공부하듯 읽고 있는데.. 기사를 읽고 좀 배신감이 들었다. 위로의 글이 아니라, 책장사 하려는 사업가의 글로 갑자기 읽혀진다.
갑자기 혜민스님이 스님이 아닌 그저 돈 많은 카운슬러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렇게 마음이 간사하다. 정말 마음이 간사하다.
현각 스님은 자그마치 25년간 몸 담았던 한국 불교계를 떠나고 현재 외국에 계신다고 한다. 한국의 불교에서 외국 스님은 한낫 "Decoration"에 불과하다는 말을 남기셨다.
현각 스님의 기사를 정독해 읽었는데, 가시 같은 글에, 동감되는 부분도 좀 있었다.
부자 스님인 혜민 스님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고, 가슴 밑바닥까지 쌓였던 독설을 있는 대로 풀어낸 현각 스님과 어떻게 상황이 해결되어 질지 다음 기사가 궁금해진다.
법정스님의 책 "무소유" 글 중에, "녹은 그 쇠를 먹는다"라는 제목의 내용을 보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의 마음처럼 불가사의한 것이 또 있을까. 너그러울 때에는 온 세상을 두루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는 것이 이 마음이니까...."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어버린다." 이와 같이 그 마음씨가 그늘지면 그 사람 자신이 녹슬고 만다는 뜻이다.
왜 우리가 서로 증오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같은 배에 실려 같은 방향으로 향해하는 나그네들인데....
20년도 훌쩍 넘은 법정스님의 '무소유'책이지만 아직도 새록새록 깊은 깨달음을 한결같이 준다.
오늘 이 기사가 돌아가신 법정스님을 더욱 그립게 만든다.